3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러니 시장에서 굴을 볼 날도 많이 남지 않았다.
영어 이름으로 볼 때 그 달의 이름 철자에 R자가 들어가지 않으면 굴을 먹으면 안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4월이 되면 아무리 April에 r자가 들어있다해도 사기에 조금 망설여진다.
아쉬운 대로 3월까진 사서 먹지만, 아무래도 굴의 제 철은 겨울이니까....

김장할 때를 빼고도 올 겨울엔 여러 번 굴을 샀다.
이만큼이 삼천 원어치.
굴을 사서 올이 가는 소쿠리에 담고 물을 부은 쌀 씻는 대야에 들어앉힌다.
굴 위에 소금을 조금 뿌리고 나무젓가락으로 저어서 두어 번 물을 헹구며 씻으면 깨끗해진다.
(모든 해산물이 온도에 민감하지만 굴은 유달리 그런 편이라 손으로 씻는 것보단 나무젓가락으로 젓는 것이 온도를 올리지 않고 싱싱하게 굴을 씻는데 좋다.
이렇게 나무젓가락으로 저어서 소쿠리를 들어내고 물을 비우면 까무잡잡한 찌꺼기나 굴껍질이 아래에 있는 그릇에 빠진다.
깨끗이 하느라고 물을 너무 여러 번 갈면 굴 특유의 향이 빠져나가버려 니 맛도 내 맛도 없이 밋밋한 맛만 남게 된다)

씻은 굴에 소금을 넣고 용기에 담은 뒤 윗면은 고춧가루를 뿌려 덮어둔다.
(남의 집 잔치상에 '고춧가루를 뿌리는'게 아니라, 공기와의 접촉을 막고 상하지 않게 보존하는 방법이다.)
기분 내키면 생강즙이나 마늘도 아주 조금 넣는다.
(나중에 꺼내어 먹을 때 다시 들어갈 양념이니까)

(두어 달 전에 찍었던 사진인데 사진도 참 못 찍었다 .ㅡ,.ㅡ)
며칠을 이대로 두면 밑면에 물이 뽀글 생기면서 아래에 있는 굴이 동실 떠오른다.
이렇게 될 때까진 젓가락을 댄다거나 뚜껑을 열지 말아야한다.
그렇게 떠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이 주변 환경이나 날씨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예쁜 단지보다는 투명유리병을 선호한다.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까...
겨울에 대략 삼일 정도 걸린다.
한 번은 바쁘다는 핑계로(사실은 게을러서) 날짜를 넘겨버려 발효가 많이 되어 새콤해져 버렸다.
일단 발효가 되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을 때 파,마늘,생강, 기분에 따라서 고춧가루 조금 더, 때로 좀 짜다 싶으면 얄팍하고 조그맣게 썬 무도 같이 넣어 무쳐먹으면 이것이 굴젓, 아니,꿀젓이다.
파는 서산어리굴젓과 비슷한 맛이다.
딱 한 번 사먹어 봤는데 값이 너무 비싸서 그 뒤는 안 사먹어봤다.
이 젓갈도 발효식품이니 담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것 같은데 이 방법이 내가 어렸을 때 겨울이면 빼놓지 않고 먹고 자랐던 굴젓을 담는 방법이다.
난 '굴젓'이란 이름엔 익숙하지 않다.
통영이 고향인 외할머니와 엄마 형제들은 사투리로 꿀젓이라고 불렀다.
엄마는 예쁜 단지에 꿀젓을 담아놓고 뚜껑은 열어보지 못하고-'익기도 전에 뚜껑을 열어보면 맛이 틀어진다.'면서- 인제 익었을까, 안 익었을까 혼잣말을 하곤 했었다.
그때처럼 작고 또록또록한 굴은 어쩌다 큰 시장에는 나겠지만 내가 주로 봐 먹는 시장에선 없다.
그런 천연굴에 비하면 좀 헤퍼보이고 푹 퍼져 보이는 커다란 양식굴을 사다가 겨우내 흉내를 내본다.
그때 그 맛이 안난다.
비슷하기만 할 뿐,그때 그 맛이 아니다.
...어림없다.
They planted me in a dust land/Maria Farandou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