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국 옆 봉래시장에서 오이지용 조선 오이를 이천 원에 아홉 개(지난 주는 일곱 개였는데) 를 받아왔다.
우선 반으로 자르고 오이 바깥에 약간 골이 파진 부분을 따라 세 군데 칼집을 넣고,
보통보다 약간만 더 짠 맛이 느껴질 만큼만-그러니까 절이는 것 치고는 아주 싱겁게- 소금물을 만들어 자기 전에 오이를 푹 담궈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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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소금을 팍팍 뿌려 단번에 숨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많이 짜지 않은 소금물에 시나브로 절여져서 나긋나긋해 질때까지- 그러니까 손으로 휘어봐도 오이가 저항하지 않고 자진해서 휘어질 정도- 되려면 길지 않은 하룻밤 정도는 지나야 한다.(8시간 정도)
(뭉근한 불에 오래 끓인 국이 깊은 맛이 나는 법이고, 단 번에 불꽃 튀는 사랑보다는 오래 진득하게 사귄 우정이 깊은 법이다.)
*보통 오이소박이는 칼집을 네 번 넣는데 어느 요리 선생님의 충고대로 세 번만 넣어 해보니 오이 맛이 나중까지 훨씬 살아있다.
(푹푹 찌르고 말을 많이 한다고 친해지는 게 아니다.
가능하면 조심스럽게,상대를 존중해주며 사귀어야 한다...)

양념:멸치젓(김치 담을 때보단 맑은 것)
마늘(너무 많이 넣지 말것. 어디까지나 자신이 보조임을 잊지 않게 할 것)
대파 조금(너무 많이 넣으면 질질거린다. 가능하면 흰 부분 위주)
양파채(좀 곱게 썰어서 혼자 잘난 척 따로 놀지 않게)
홍고추채(매운 걸 좋아하면 칼칼한 걸로)
고춧가루(좀 넉넉하게)
찹쌀풀(찹쌀 가루와 물은 1:10 정도로 쑤어서-이건 다른 재료들이 잘 어울리게 해주는, 사람으로 치면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막상 자신은 별로 잘 드러나지 않는 존재 )
그리고 부추-오이와 가장 즐겁게 잘 어울리는 채소.
정월부터 구월까지 베어내면 또 자라고 베어내면 또 자라고...그래서 살림 빈한한 사람들에게 먹을거리가
되어주는 '정구지'
천 원 어치 사면 항상 너무 많다.
조금만 덜어내어 오이소박이 담고, 나머지는 기분 내키고 기운 넘치면 전을 넉넉하게 부치고
그보다 더 기분 좋으면 매일 조금씩 생채 해먹고-보통의 경우는 에구, 구찮어~~-
다른 김치가 별로 많지 않으면 액젓과 고춧가루 부어서 부추 김치 만들고
바쁘고 기분 나쁘면 팍 데쳐서 무쳐먹고 말고...

오이 건져서 양념을 속으로 꼭꼭 박아 넣었다.
(흠, 공평하게 대했다고 생각하는데 제일 위 푸른 색이 훨씬 싱싱해보이는 오이에 속이 더 들어가 보이네.
아무튼 생긴건 잘 생기고 볼 일이야.)
남은 양념으로 위를 꼭꼭 덮었다.
그리고 한 개씩 꺼내어 손으로 잡고 쓱쓱 베어먹으면(입 가에 좀 묻으면 어떠냐) 아삭아삭 씹히는 맛에 부추와 어우러진 오이 향이 입 안 가득...
...이래야 정상인데...

치아 부실한 Q땜에 이렇게 쫑쫑 썰어서...
...눈으로 보는 맛은 ...쯥!...반감되고 말았다.
소를 박아넣어 소박이인 이 음식은 박아넣은 소보다 소박 맞은 여인네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멸치젓갈이 조금 들어가긴 했지만,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제 편을 만든 다음 이용해먹는 육식성은 거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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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일요일 농땡이 부리고 난 다음 다음날 야밤( 11시)에 한 짓이다.
주 5일제가 맞다.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어야 한다.
(최소한 하루는 놀고, 하루는 집안일 해야한다.)
Piano Quinter in A major "Die Forelle" op. 114 /Schu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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